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Ahn9807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1월 8일 (수) 03:55 판
데미안
Publication Information
Author헤르만 헤세
Translator전영애

사실 데미안을 읽기 전, 나는 이 책이 영웅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에서 등장하는 '데미안'이라는 악마 캐릭터를 떠올리며, 데미안이란 이름이 악마 같은 영웅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난 후, 데미안이라는 또 다른 명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청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느끼는 것이지만, 나의 추측대로 데미안은 악마 같은 영웅이다. 그러나 악마가 아니라 소설에서는 압락시스라는 사람의 어두운 내면의 포옹과 성찰을 담고 있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유년기의 싱클레어는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부족함 없이 성장했다. 그 세계는 순수하고 보호받는 완전한 세계였다 - 마치 알처럼. 그러나 그는 처음으로 부모님의 보호가 미치지 못하는 세상의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싱클레어가 처음 마주한 어둠은 크로머라는 상급생이었다. 세 살 위인 크로머는 싱클레어를 괴롭히며, 그를 위협과 예측할 수 없는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는 싱클레어에게 범죄를 시키며, 싱클레어에게 큰 상처를 준다. 이는 싱클레어에게 순수했던 세계가 깨지게 한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크로머의 괴롭힘에서 구해주며,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그의 내면에 큰 깨달음을 남긴다. 데미안과의 만남은 싱클레어가 단순히 부모님의 보호 아래 자라던 소년에서, 자신의 길을 탐구하고 성장해가는 청년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꺠달음을 주는 중요한 존재이나, 책에는 다른 많은 타인 그리고 사물이 싱클레어의 삶을 찾아가는 깨달음을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책은 청년인 나,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라면 깊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순수함과 타락, 부모님의 따뜻한 보호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과정, 그리고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문득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아주 멀리 까지 가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가벼운 발걸음 닿는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 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려면, 정든 고향을 뒤로, 발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고향은 따뜻함, 순수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인생을 살며 누구나 조금씩은 타락하고, 다시금 순수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다. 기준을 정하는 것이 우리라면, 소중히 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정하는 기준에, 사회가 정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어 나간다면, 공장에서 찍어내는 얼굴 똑같은 인형과 무엇이 다른가. 내 기준, 내 소망, 내 꿈, 내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삶은 어쩌면 조금 불편하고, 서두르지 못하고, 때로는 넘어지는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내가 나의 기준으로 삶을 조각해가는 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것이다.

어록

p8.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다.

p9.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 구도자였으며, 아직도 그렇다. 그러나 이제 별을 쳐다보거나 책을 들여다보며 찾지는 않는다. 내 피가 몸 속에서 소리내고 있는 그 가르침을 듣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더는 자신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들의 삶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p64. 그 모든 아리따운 휴식의 지점들, 행복의 섬들과 낙원들의 마력을 나도 모르지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을 나는 먼곳의 광채 속에 싸인 채로 두고자 한다.

p72. 그것은 신부님이 가르치는 것과 같지 않다, 그건 달리 볼 수도 있다, 그 점에 비판을 가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p80. 그렇게 불신을 굳이 내보이는 동급생들의 생각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따금씩 흘리는 말은, 어떤 신을 믿는다는 건 우스꽝스럽고 인간으로서 품위없는 일이라느니, 삼위일체에 관한 이야기나 예수의 동정녀 탄생과 같은 이야기들은 그저 웃기는 일이라느니, 오늘날까지 그런 잡동사니를 가지고 다니는 행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결코 그렇게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때로 의심을 가지면서도, 내 유년의 모든 체험에서 나는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것 같은 경건한 삶의 현실에 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경건한 삶이란 품위 없는 것도 허위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p86. <금지되었다>는 것은 그러니까 영원한 것이 아니야, 바뀔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깐 우리들 누구나 자기 스스로 찾아냐야 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 -- 자기에게 금지되어 있는지. 금지된 것은 결코 할 수 없어. 금지된 것을 하면 대단한 악당이 될 수 있지. 거꾸로, 악당이라야 금지된 일을 할 수 있기도 하고 말이야. 사실 그것은 그냥 편안함의 문제거든! 지나치게 편안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판결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금지된 것 속으로 그냥 순응해 들어가지. 다른 사람들은 운명을 자기 속에서 스스로 느끼지. 그러니 누구나 자기 자신 편에 서야 해.

p99. 내가 하는 말을 누가 들으면 나는 분명 후안무치한 향략자였을 텐데, 그 누구도 나만큼 쉽게 상처 받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만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이제 새로운 친구들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외롭고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그만큼 더 나는 거기서 떨어져 나오지 못했다. 술 퍼마시고 허풍치는 것이 나에게 그때 즐거운 일이기나 했는지 그것도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p107. 어머니에게로 그리고 책임 없는 아늑함 속으로 다시 도망쳐 가고 기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나 자신에 의하여 창안되고 요구된 새로운 예배, 책임과 자기 기율이 있는 예배였다.

p116.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아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23.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꺠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압락사스라는 이름은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어떤 신성의 이름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p131. 그러나 그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

p146. 때떄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 자주 우쭐하고 교만했으나, 또 꼭 그만큼 자주 의기소침하고 굴욕스러워했다.

p147. 하지만 자네 자신이 바로 도덕주의자가 아니기도 해야지!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p149. 우리의 종교는 마치 그것이 종교가 아닌 것처럼 훈련을 받아. 그들은 성격의 자자구구에 매달리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 똑똑한 말 한마디를 들으려, 의무 하나를 완수하러, 아무것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등등의 이유로 교회에 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내가 무얼 말할 수 있었을까? 사제란 개종시키려 하지 않아. 다만 신자들 가운데서, 자기 비슷한 사람들 안에서 살려고 하지.

p151.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쎄.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사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p157. 네 스스로 생각해 내려고 애써야 해, 그러고는 정말로 네 본질로부터 나오는 것, 그걸 하면 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네가 네 자신을 찾아낼 수 없으면, 다른 영(靈)들도 찾아낼 수 없다고 생각해.

p182. 어디서나 연합과 패거리짓기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고, 그러나 그 어디서도 자유와 사랑은 없다고 그가 말했다. 지금 연대라며 저기 저러고 있는 것은 다만 패거리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이 서로에게로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떄문이야. 그런데 그들은 왜 불안한 걸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안 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p191.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p221.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아제 나느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니? 그리고 또 뭔가 있어! 에마 부인이 말했어. 네가 언젠가 잘 지내지 못하면 날더러 네게 당신의 키스를 해달라고. 나에게 함께 해준 키스를..... 눈을 감아, 싱클레어!